*본 포스트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저의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입니다.
2012년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영화인데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21세기에 제작된 4:3 비율 흑백 무성 영화라는 것이다.
단순히 영상만 흑백인 것이 아니라 연출, 연기, 음악 등도 그 시대의 것을 재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무성 영화 자체를 처음 접했던 나는 영화 맨 처음의 극장 장면에서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나지 않는 것에 정말 소리가 안 나오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무성 영화와 요즘 영화의 다른 점은
대사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대사들은 검은 화면에 자막으로 나오긴 하지만 모든 대사를 이런 식으로 장면 장면 넣을 수는 없는 것이고
특히나 긴 대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몸짓이나 표정을 관객들이 확실하게 알 수 있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고 배우의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무성 영화의 역사니, 찰리 채플린이니 이런 건 전혀 모르지만
"옛날에 대사가 없는 영화는 이런 매력이 있구나"하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꼭 영화부터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무성 영화 최고의 스타였던 George Valentin(장 뒤자르댕)은 유성 영화의 등장으로 몰락하게 되고
그가 호의로 도와줬던 Peppy Miller(베레니스 베조)는 점차 성장하여 유성 영화 최고의 스타가 된다.
Peppy의 인터뷰에 상처를 받은 George는 점차 몰락하고, 사비를 털어 제작한 영화도 망하자 파산하게 된다.
Peppy는 그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에 몰래 도와주지만 그의 자존심 때문에 도움을 계속 거절한다.
영화 후반부에 George의 소장품 경매를 사실은 Peppy가 모두 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고마움이나 감동을 느끼지 않고 분노를 느낀 것은 아마 그의 자존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남녀 주인공 모두 정말 그 시대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과장된 듯 과장되지 않은 표정 연기는 영화에 꼭 대사가 없어도 되는구나 하고 느껴지게 한다.
특히 George의 자켓과의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이 영화에서 음악도 뺴 놓을 수 없는데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은 이 시대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장면마다 적절하게 배치되어서 그 장면의 분위기나 주인공들의 심정을 알려주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의 탭댄스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이 장면을 몇 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George의 상상 장면에서만 나왔던 효과음이 처음으로 나오고
춤이 끝났을 때 나오는 둘의 숨소리, 그리고 나오는 감독의 컷 목소리.
정말 유성 영화의 시대로 넘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특별한 연출이었던 거 같다.
영화 제일 마지막에 가서야 처음 나오는 George의 목소리에서 그가 프랑스 억양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더더욱 유성영화로 넘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DVD판에서는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촬영 비하인드를 볼 수 있고
일부 장면의 컬러 버전도 볼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생애 첫 무성 영화였지만 무성 영화만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영화.
이 시대 영화만이 갖고 있는 매력도 정말 독특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영화가 2012년 각종 영화제 시상식을 휩쓴 건 단순히 신선한 시도여서가 아니었다.
이 시대에 비하면 지금의 영화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그게 꼭 영화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 거 같다.
개인적인 평점 : ★★★★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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