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기/2000s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 2009

tuess 2019. 8. 26. 22:54

*본 포스트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저의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입니다.

 

해외 개봉 포스터(2009) / 국내 재개봉 포스터(2016)

나의 인생 영화를 하나만 뽑아보라면 고민 없이 이 영화를 말할 것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여태까지 10번도 넘게 봤을 것 같다.

하지만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새로운 감상을 갖게 된다. 그만큼 이 영화는 특별하다.

이 영화엔 모든 게 다 있다. 감동, 로맨스, 노래, 패러디, 옛날 영화, 개그, 뮤지컬,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하지만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느낌은 없고 각각의 요소가 모두 주인공 Tom(조셉 고든 레빗)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절하게 사용된다.

영화의 구성도 시간 흐름 순이 아니라 뒤죽박죽 되어있는데 이 또한 특별한 점이다.

이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영화 결말을 스포한다. This is not a love story라면서.

중간중간에 나오는 Tom의 절망적인 모습들도 결국은 Summer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초반부터 알 수 있다.

결말을 미리 알고 그 과정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하며 보기 때문에 시간순으로 되어있는 평범한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뒤죽박죽인 줄거리를 따라가기 위해 정말 집중해서 힘들게 봐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수고를 없애고 도대체 둘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같이 하나하나 둘러본다는 느낌이다.

 

Sugartown을 부르는 Summer

 

여자 주인공 Summer(주이 디샤넬)는 4차원에다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하지만 그 동시에 그만큼 매력적이다

영화에서는 Summer-effect로 표현될 정도로 굉장한 매력을 가진 미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주이 디샤넬이 엄청나게 이쁜 배우는 아니지만 남들과는 다른 성격과 행동이 갖는 특별함과

Tom이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남자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설정이 조금은 납득이 간다.

오히려 엄청나게 이쁜 배우를 썼다면 현실적으로는 그게 더 어색하지 않았을까.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주이 디샤넬의 매력에 빠져서 출연한 영화들을 대부분 찾아봤었다. (예스맨,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엘프 등...) 대부분 4차원 캐릭터로 나오는 걸로 보아 배우의 실제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

 

두 사람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Smiths와 The Graduate

이 영화에서 둘의 시작과 끝은 각각 Smiths와 The Graduate(영화 "졸업")로 상징된다.

Tom이 듣고 있던 Smiths의 노래 때문에 둘은 처음 대화를 하고 친해지게 되고

Tom이 어렸을 때 감명 깊게 보고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만든 영화인 졸업을 같이 극장에서 보고 멀어지게 된다.

Smiths의 노래 때문에 가까워지게 된 것에서 보듯이 이 영화에서 음악은 상당히 많이 나오고 가사와 영화 내용이 연관을 가지는데

Regina Spektor의 Hero나 Carla Bruni의 Quelqu'un M'a Dit이 나오는 장면에서 가장 극적으로 쓰인 것 같다.

영화 졸업을 보고 Summer가 극장에서 펑펑 우는데,

그 이유는 아마 이때 Tom은 자신의 운명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서인 게 아닐까.

결혼할 남자가 있는데도 자기 엄마랑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남자와 모든 걸 버리고 도망쳐버린 Elaine을 보면서

자기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이러고 있는지 바보 같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사실 영화 초반부에 이 영화 졸업을 완전히 잘못 이해해서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되었다고 내레이션으로 나오긴 하지만

내 생각엔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졸업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전까지는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면서 진지한 관계를 거부하고 "여자 친구" "남자 친구" 같은 관계에 대한 이름표(label)조차 싫어했지만

영화 마지막에는 결국 Tom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되고 결국 그러한 남자랑 결혼하게 됐으니까.

 

500일의 썸머 DVD판

최근에는 도서관에 가서 DVD판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는데

DVD에만 수록되어있는 삭제된 장면들이 재밌다.

Tom의 부모님이나, 춤추는 뮤지컬 장면의 절망 버전 등 재밌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몇몇 변경된 편집 스타일이나 살짝 심각한 장면들을 보면 최종 완성판이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DVD 대여 순위에서 전체 2위일 정도로

영화 개봉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였다.

 

아쉽게도 현재 이 벤치는 철거되어 없어졌다고 한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정말 다양한 연출과 적절한 음악 선택

시간 흐름이 뒤죽박죽이지만 심각하거나 머리 아프지 않은 영화.

이러한 특별한 요소들이 이 영화를 더 기억에 남게 만드는 것 같다.

 

개인적인 평점 : ★★☆ 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