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기/before 1960

시민 케인 (Citizen Kane) - 1941

tuess 2019. 8. 27. 17:58

*본 포스트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저의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입니다.

아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지는 않았어도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영화 시민 케인이다.

역대 영화 Top 랭킹이나 역대 최고의 영화를 뽑으라면 이 영화가 거의 항상 들어갈 정도로

흑백 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이라기에 궁금해서 관람하게 되었다.

나온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라서 저작권이 만료되었다. 인터넷에서 (합법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옛날 영화에다가 흑백이기까지 하니 지루하고 영화 전문가들만 높게 평가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봐도 재밌고 왜 사람들이 역대 최고의 영화라고 평가하는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

나도 흑백영화는 TV나 뉴스에서나 봤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편을 다 관람하는 건 처음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디지털 리마스터 버전으로 감상하였는데,

흑백인건 그대로지만 사운드나 영상 화질은 인터넷에서 보는 것보다 정말 깨끗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말 나는 영화보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신문왕 Kane(오슨 웰스)의 인생 이야기인데

영화는 그가 어렸을때부터 시작하지 않고 그의 죽음을 보도하는 뉴스에서부터 시작된다.

Kane의 마지막 유언은 "Rosebud"였는데, 이 의미를 찾아 나서는 기자가

생전에 그와 친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조각조각 스토리가 맞춰 나가지게 된다.

어린 시절 Kane의 부모님은 도시의 부자에게 자신들의 광산의 운영권을 주는 대신에

25살까지 아들을 도시에서 교육 시키고 이후 아들에게 그의 회사 중 하나를 주기로 하는 계약을 한다.

Kane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Inquirer라는 작은 신문 회사를 달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이다.

하지만 뛰어난 연설과 사업 전략으로 회사는 엄청나게 성장을 하게 되고

대통령의 조카와 결혼까지 하면서 선거까지 나가게 된다.

이러던중 어느 비 오는 날 지나가던 마차가 튀긴 물에 옷이 다 젖게 된 Kane은

Susan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둘은 점점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된다.

이걸 라이벌 정당의 후보가 포착하고 스캔들을 터트려서 선거에 지게 되고 이혼까지 당하게 된다.

이후 Susan과 결혼하여 그녀의 꿈이였던 가수(이 당시엔 가수=오페라 배우인 듯하다)를 시켜주기 위해

개인 오페라 홀을 짓고 개인 교습까지 받게 해가며 데뷔시키지만

애초에 재능이 없던 그녀는 혹평만 받게 된다.

Susan의 오페라를 보러 간 장면에서 본인도 Susan은 재능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녀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가 그렇게 자신했던 신념 때문에 억지로 박수를 치는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다.

 

 

자신의 신문사인 Inquirer까지 혹평 기사를 내고(가장 친한 친구를 해고하고 스스로 작성했다) Susan도 지쳐가자

자신만의 대 저택인 Xanadu를 짓고 그 안에서 평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갇혀 사는 삶에 불행하다고 느낀 Susan마저 Kane을 떠나고 결국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기자의 인터뷰로 진행이 되는데

Susan, 그의 친구, 같이 사업을 시작했던 사람, 집사 등등이 이야기를 하러 나오지만

정작 기자는 누구인지 잘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얼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누구인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좀 더 기자의 입장이 되어서 몰입을 할 수 있었다.

기자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인 "Rosebud"의 의미였는데

결국은 뭔지 알지 못하고 취재는 끝이 난다. 기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영화 마지막에서 그의 유품들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버려지는 썰매 하나가 나오는데, 그 썰매의 이름이 Rosebud이다.

모든 걸 다 가졌던 엄청난 부자지만 죽기 직전에 떠오른 건 그가 갖지 못한 어린 시절의 소박한 추억이었다.

 

내가 줄거리를 쭉 정리해서 쓰긴 했지만

정작 영화는 인터뷰식으로, 현실과 과거를 왔다 갔다 하고

그 과거마저도 시간순으로 정리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이 Kane이라는 사람이 어떤 생을 살았냐가 아니라 이 사람이 도대체 왜 Rosebud라는 말을 했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가는 기자의 입장에 몰입해서 볼 수 있던 영화였다.

흑백 영화는 재미없고 올드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준 영화이다.

이 작품이 역대 최고의 영화인가 라고 물어보면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영화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1940년대의 촬영 환경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영화 촬영 기법이나 모더니즘 이런 건 뭔지 하나도 모르지만

지금 봐도 재밌고 좋은 영화에는 틀림없고 그 시대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에 하나인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생애 첫 흑백 영화를 이 영화로 고를 수 있게 되어서 행운이다.

 

개인적인 평점 : ★★ 7